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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및 이성 이야기

[나의 틴더 스토리] 나와 곤살로_Phase 3 & Fin(feat. 멕시코, 만남, 연애)

Being blind..

그렇게 곤살로와의 연애는 삐그덕거리기 시작했고, 이렇게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놓쳐왔던 '신호'들을 보게 되면서 였다. 단지 난 그 신호들을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그와 그의 분위기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아니, 그곳에 내가 빠지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 나는 멕시코에서 지루하면서도 고단한 내 삶의 도피처를 '곤살로'라는 사람으로 삼았고, 일탈을 하고 싶었던 대상으로 그를 골랐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냥 그 자리에서 그답게 있었고, 나는 보기 싫었던 것들을 외면하고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이를 직시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항상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알코올 중독이란 걸 몰랐다는 건 정말 내가 자처해서 눈을 가리고 있었거나 그냥 우매한 상태였다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I was not ok.. I mean, my mental state..

나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마음이 점점 피폐해져 갔기 때문에 그의 문제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더 원하는 상태가 되었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그만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몇 번의 이별통보를 했음에도 그가 연락을 하거나 집으로 찾아올 때면 그를 밀쳐내질 못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관계를 더 깊게 정의하고 싶었고, 그가 얼마나 나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가 나를 원한다면 그가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까지 품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Gonzalo's childhood

하루는 정말 집요하게 그에게 왜 술을 꼭 그렇게 먹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곤살로는 끝내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았다. 지금은 화목해 보이는 부모님이지만, 자기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거칠게 대하셨고 싸움이 잦았다고 한다. (가정폭력의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자세한 수준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날 어김없이 곤살로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고 있을 때, 곤살로는 부엌에 있는 칼을 들고 부모님 방 앞에 아무말도 안 하고 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본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고,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신지는 불과 몇 년 전이라고 한다. 꽃같이 여전히 고우신 곤살로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데이트를 나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던 나로서는 금실이 참 좋은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지키기 위해 칼을 집어 든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아버지가 몇십 년 동안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어떤 자괴감을 안고 살았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곤살로를 내가 보듬어주고 어쩌면 변화시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We can't fill out each other..

하지만, 곤살로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지속해하고 싶지 않아 했고, 항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항상 돌리면서 싱거운 유머로 대화를 채우곤 했다. 즉, 그는 아직도 그곳에 매몰되어 있었고, 매몰된 상태에 몰입되고 싶어한 그를 내가 꺼내올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더욱 집착하며 나는 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이상한 형태 감정이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회피형, 나는 불안형) 그리고 당연히 곤살로는 내 결핍을 채워줄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도 그것을 자각하는 듯했다. 결국 결핍의 형태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했을 때 그들의 결핍만이 더 깊어지면 깊어졌지 서로를 채워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이것 조차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Phase 3 and final

난 또 다시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틴더남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곤살로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싸우면서 우리의 관계는 exclusive에서 friends with benefits의 관계로 변질되었다. 그렇게 곤살로와의 관계는 이렇게 애매한 상태로 내가 멕시코를 떠나기 전까지 지속되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으로 정말 각자의 결핍을 더 이상 채워줄 사람이 없을 때 마지막에 찾게 되는 그런 존재가 서로에게 되어 있었다. 곤살로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던 건 곤살로가 멕시코 생활을 정리하고 곧 유럽으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였다. "아, 이 사람과의 관계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내가 엄청나게 얼굴을 밝히는 사람이라서 곤살로를 놓기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탈에 중독된 내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Everything went well after all

+) 유럽으로 건너가겠다는 곤살로의 계획과는 달리, 현재 내가 유럽에 살고 있다는 점이 참 재밌다. 내가 유럽으로 건너온 뒤 곤살로가 먼저 연락을 해오긴 했지만 더 이상 연락을 내쪽에서 끊어주는 게 맞는 것 같아 연락을 이어가진 않았다. 곤살로는 현재 멕시코에서 살면서 좋은 여성분을 만나 예쁜 연애를 하는 것 같다. (결혼을 했을지도) 사진을 통해서지만 곤살로의 상태도 많이 나아진 것 같고, 좋은 사람을 만난 걸 보니 참 다행이다 싶다. 아마 그 여성 분이 곤살로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