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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및 이성 이야기

[나의 틴더 스토리] 최악의 데이트 WORST 3(ft. 창피한 스토리, 스페인 남자, 멕시코)

Got stuck on tinder

곤살로 이후 또 정신없이 틴더에서 데이트 상대들을 찾곤 했는데 결과는 그닥 좋지 않았다. 매칭이 되는 틴더남들은 있었지만 곤살로와 같은 강렬한 케미가 없었고, 그냥 하루 혹은 두 번 정도의 만남에서 그쳤던 것 같다. 틴더를 포함한 데이팅 앱에서의 만남은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가, 많은 매칭이 되다 보면 사람을 일회성으로 보기 시작하고, 진중함이 사라지게 된다. 한 사람의 가치를 찾아내기 전에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 강력한 케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나도 그랬고 나와 매칭 되는 남자들도 수많은 옵션 속에서 서로를 외모로 재기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수많은 짧은 대화들이 틴더남들과 온라인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었으며, 어쩌다 몇 번 일회성 만남으로 이어졌다. 어느새 나는 그곳에 고인물이 되었고, 하루에 스와이핑 할 수 있는 남자들이 줄어갔고, 10번만 스와이핑 하면 더 이상 고를 수 있는 남자도 사라져갔다. 그렇게 아침에 일상처럼 눈을 뜨면 습관처럼 앱에서 사람을 고르다가 고를 사람이 없으면 또다시 지루해지는 그런 한심한 날들이 지나갔다.

Worst dates ever in Mexico

그 당시, 내가 남자를 대하는 태도는, '내가 원하는 남자를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 Diva'와 같은 태도를 여전히 일관하고 있었고, 내가 멕시코에서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있는 아시안 여성이라고 강력히 믿던 시절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당시엔 수치스러웠던 경험이지만 지금은 자조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Mexico Worst 3 데이트(최악의 데이트 3)가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You can't never beat latinas

첫 번째는, '스페인 남'이다. 솔직히 나도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아시아 여성이라는 점이 멕시코 틴더에서 특정 수요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스페인'이라는 국적은 틴더뿐만 아니라 멕시코 내에서 엄청한 셀링 포인트다. 솔직히 이 '스페인 남'은 딱히 엄청나게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었고, 얼굴에 왜인지는 모르지만 흉터도 많았다. 다부진 몸과 나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그와 몇 차례 데이트를 했고, 잠자리도 가졌다. (딱히 인상 깊은 잠자리도 아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뭐 그 당시에 생각을 딱히 하고 살지 않았지만..) 그냥 만남을 이어갔고, 둘 사이에 엄청난 케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3번째 만남까지 이어갔고, 그가 초대받은 파티에 초대를 받아 어떤 바에 함께 가게 되었다. 

No chemistry with spanish guys

사실, 왜인지는 모르게 예전부터 난 스페인 남자들과 특별한 케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들도 딱히 어느 수준 이상 나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서로에게 잠자리 상대 이상으로는 발전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스페인 남'과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데이트가 가장 수치스러우면서 나의 worst 3에 데이트(최악의 데이트)의 No.1으로 꼽히는 이유는, '스페인 남'이 그 파티에 초대된 예쁘장한 멕시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나를 옆에 두고 둘이 눈이 맞아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끼'의 면에서는 라틴계 여성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녀들의 색기와 요염함은 another level이기 때문에 그들에 비교하면 목석인 나는 경쟁의 상대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이런 사실은 스페인과 멕시코에 살면서 여러 번 체감했지만 내 눈앞에서 내 데이트 상대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는 경험을 하니 정말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꼈다.

 

나는 그 파티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놈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음날 내가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이 되었다는 문자를 보냈고, 나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이 관계는 끝났다. 나중에 보니 그 둘은 연인처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 듯 보였다. 그리고 나는 '라틴계 여자들과는 경쟁할 생각하지 말아라'라는 쓴 교훈을 배웠다.

 

+) 스페인어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아리땁고', '소중하고', '나의 모든 것'. '하늘만큼 땅만큼' 같이 오글거리는 수식어를 많이 쓸 뿐만 아니라, 티키타카가 되는 대화를 하려면 C1이상의 언변이 되어야 하는데, 작정하고 덤벼드는 색기가 넘치는 라틴계 여자들에게 나는 그냥 어린애에 불과하달까.... 하아..(그들의 끈적한 분위기는 아시아인이 감히 상대할 수 없다)

You, a fuck boy. Me a fuck girl

두 번째는 부자 동네의 잘생긴 남자와 매칭이 되었는데, 그와 매칭 되던 당시에 성욕이 왕성했었고, 특히 그와의 데이트는 섹스만을 위해 예정되어 있었다. (이미 프로필 사진에서 그는 그런 느낌의 남자라는 걸 느꼈고, 우리 사이에는 섹스만을 목적으로 한 dirty talk만이 오갔다) 그래서 집으로 그를 초대해 바로 관계를 가졌고, 한 번의 섹스는 우리에게 충분하지 않았다. 꽤나 근사하고 색기가 넘치는 그였기에 Friends with benefits로 지내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는 두 번째 만남었는데, 함께 모텔을 가게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가 고른 장소가 너무 허름하고 보잘것없어 충격을 받았고, 그와의 데이트에서 당장 도망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는 나와의 섹스를 위해 그 정도 장소에서 성욕을 풀고 싶어 한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났고 그 상황자체가 너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 반응에 황당해하며 나에게서 무슨 얘기라도 듣고 싶어 했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그와의 관계를 끝냈다. (섹스를 하려고 만나는 여자, 그리고 섹스만을 원하는 여자에게 많은 돈을 쓰고 싶은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만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에피소드다.  

Please stop being diva!

세 번째 최악의 데이트는 나의 'Diva병'이 하늘을 찌르면서 생긴 일인데, 멕시코에서 지내고 틴더에 오래 있다 보니 이상한 병이 도져서 남자가 내가 있는 곳까지 차로 모시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멕시코는 북쪽으로 갈수록 대중교통이 안좋아져서 미국처럼 차가 있어야 기본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나는 보통 우버를 줄곧 타고 다녔다)

 

첫 번째 데이트에서 나름 케미를 느꼈던 '께레따로 남'이 있었는데 젠틀하면서도 끼도 적당히 부리면서 꽤나 재미난 데이트를 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데이트를 하는 날, 나는 업무를 마치고 칼퇴를 준비하고 있었고, 틴더남이 직장 앞에서 '짜잔~'하고 기다리고 있기를 바랬다. 퇴근을 준비할 때 마음이 괜히 급해진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고, 내가 사무실을 나서기 전까지 그에게서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그를 약속시간에 항상 늦는 '멕시코 남자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고 불같이 화를 내며 데이트를 취소하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미 퇴근하고 내 직장 쪽으로 오고 있던 중이었으며 운전 중이라서 문자를 못하는 거였다. 그 당시 나는 지독한 'Diva병'과 툭하면 늦게 오는 '멕시코 남자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겨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혼자서 드라마를 찍고 있었던 거였다. 그렇게 그는 내 모습에 질려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나도 중증 환자였구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멕시코와 멕시코 문화에 질려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