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미닉의 눈에 든 것은 아마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국적, 직장, 그리고 내 카우치 서핑 활동이 그의 호기심을 끌지 않았을까 싶다. 도미닉은 옐로우 피버는 아니지만 아시아에 꽤나 많은 관심이 있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사업도 한국, 일본과의 교류가 꽤나 활발했다.
(나보다 한국을 더 자주 갈 정도이니) 그리고 바로 전 여자 친구에 대해 물어보니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우울증을 있어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고 그래서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멕시코에서 괜찮은 직장이 있었기에 안정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틴더에 목메는 삶이 아닌 카우치 서핑을 통해 나름 내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몇 번째 데이트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난지 별로 안돼서 도미닉을 우리 아파트에서 하는 카우치 서핑 파티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정말 할 것이 없어 지루한 멕시코에서 재미난 파티를 보여주고 싶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를 우리집 파티에 초대했었다. 그리고 그때 라틴음악에 맞춰 멕시코 친구들에게 바차타를 배우며 그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천진난만하게 그 시간을 만끽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그는 나에게 더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내 천성인지 모르겠지만, 난 항상 내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편이다. 이는 상대방이 내 한 가지 면만 보고 환상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는 방어기제에서 나오는 것 같다. ("네가 생각했던 것만큼 내가 그리 반짝반짝한 사람은 아니야"라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그 당시 낮은 자존감과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내 카우치 서핑 친구들, 그리고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와의 수줍은 첫 키스 이후 처음으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눴다. 그와의 키스가 나쁘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분위기 그리고 술에 살짝 취해있어서 그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그 순간을 즐기는 것도 잠시, 내가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이는 당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는데, 키스를 하면서 급격히 피곤해지면서 정신을 몇 초간 잃었다.
도미닉이나 나나 꽤나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한편으론 재밌는 에피소드로 기억에 남는다. (당이 잘 떨어지는 타입인데 키스하다가 이럴수도 있구나를 처음 경험해 봤다) 참고로 도미닉이 키스할 땐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키스를 할 때 눈을 뜨는 것은 물론이거와 눈을 옆으로 돌리고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내가 놀려서 좀 고치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런 모습 조차 귀엽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중엔 맑고 소년 같은 모습의 도미닉이 정작 그의 진짜 모습이었을까 많은 의구심이 생겼다.
아마 이는 독일사람들에 대한 수수하고 검소한 모습을 도미닉에게 투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모든 교통이 자가용 혹은 우버로 통용되는 것이 지겨워지고 (한국의 지하철 문화, 뚜벅이 문화가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소비 지향적인 문화가 아닌 절약 및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는 모습에 뭔가 친근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건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가 아닌 그냥 내가 자라난 환경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래서 내가 초대한 파티에 올 때도 수수한 차림에 백팩을 메고 맥주를 채워서 오는 모습도 좋았고 내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실제 대중교통을 타려는 모습도 기특(?)했다. (이 도시에선 정말 저소득층이 아니고선 대중교통을 타는 사람이 없다. 웬만해선 자차 혹은 우버) 그래서 더 친근감이 느껴지고 정이 갔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당시 나에겐 그의 스마트함과 수수함이 섞인 모습이 너무 완벽한 조합으로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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