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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및 이성 이야기

[나의 틴더 스토리] 멕시코에서 소개팅 앱을 시작하다 (feat. 해외연애, 외국인 만남, 데이트)

[나의 틴더 스토리 1편] 멕시코에서 시작한 소개팅 앱

나의 틴더 스토리 in Mexico
소개팅 앱 틴더를 통한 연애이야기


2021년이 되어서야 '나의 틴더 스토리' 연재를 결심하게 되었다. 지난 5년을 돌아봤을 때 나의 인생에서 소개팅 앱 '틴더'를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틴더 라이프는 2018년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틴더로 인해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 '틴더'는 자랑스러운 경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기억도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내 인생의 큰 조각으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고 잠깐 추억에 잠겨볼 겸(?) '나의 틴더 스토리'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데이팅앱, 틴더의 시작

 

그 당시 난 멕시코 2년 정도 만났던 멕시코인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시련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 남자 친구와의 동거생활을 접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전 남자 친구 말고는 친한 친구도 없었고 멕시코에서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을 하고 있던 때라서 모든 것이 두려웠고 마음은 한 없이 공허했다. 마치 나의 내면을 꽉 채우고 있던 공이 한순간에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만 같았다.

미련이 남았다기보다는 전 남자 친구는 나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절친이었기 때문에 그 공허함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지금은 나의 절친이 된 멕시코인 친구와 같이 살게 되면서 나는 '틴더'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한국이었다면 소개팅 앱을 쓸 엄두 자체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성범죄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범죄율이 높은 멕시코라도 마약과 관련되어 있지만 않다면 멕시코 사람들이 정말 선하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와 아파트를 셰어 한 룸메가 이 앱을 소개해 줬기에 나름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 이런 새로운 세상이!

이 앱을 설치하고 프로필을 등록하는 건 오래걸리지 않았다. 최근 사진을 걸고 취미, 사용언어, 출신 국가 정도를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피드에 바로 올라온 남자들의 사진은 솔직히 말해서 경이로웠다. 이렇게 말하기엔 뭐하지만 아무리 멕시코가 서구권이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사람'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내가 살았던 도시는 북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키가 큰 멕시코 남자들이 많았으나 히스패닉 계통이라 가끔 동양인들이 기대하는 '금발에 파란 눈'을 보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FYI, 나는 금발에 파란 눈인 남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틴더 피드에 올라온 남자들 중 그저 그런 남자들도 있었지만 '아, 내가 정말 해외에 있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외모의 남자들의 사진들이 나열되는 것을 보게 되면서 뭔가 모를 '짜릿함(?)' 같은걸 느꼈다. 게다가 그런 외모의 남자들과 매칭이 되고 실제로 대화로 이어지니 '이건 뭐지? 이거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비현실적인 상황황이 싫지만은 않았다.

스와이프! 오른쪽? 아니면 왼쪽?

'소개팅 앱'의 짜릿함은 바로 '내 취향인 사람' 내가 고를 수 있고 여러명을 Keep(?)해 놓을 수 있다는데서 올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앱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불편한 감정은 나가 사람을 대상으로 '쇼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 앱을 3개월 정도 사용했을 때 이 감정이 무뎌지는 내 자신에게도 놀랐었고, 또한 정당화시키는 나 자신을 보면서 한 번 더 놀랐었다. 그렇게 나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이 앱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었는데 이는 바로 '짜릿함의 아이러니'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본능이 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멋진 외모의 이성'이다. 그렇다. 이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이성으로 다가갈 때 이 부분을 절대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의 프로필 사진만으로 내 데이트 상대를 결정한다? (물론, 프로필도 읽어봐야겠지만) 뭔가가 잘못된 느낌이다. 하지만 난 그 당시, 그리고 오랫동안 이런 느낌을 무시하려 했었고 최대한 내 동물적 본능에만 집중하면서 틴더의 세계에 깊이 빠져만 들었다.    

첫 데이트? ¿Qué más? (What else?)

사실 나에게 첫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것은 정말 신중한 일이었다. 이미 멋진 외모의 남자들과 매칭이 되어 나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 것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모르는 남성과 앱을 통해서 데이트를 하러 나간다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멀쩡한 사람을 고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첫 데이트 상대는 'Gustavo'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었는데, 나름 흥미로운(?) 데이트였다. 멕시코인 + 미국인 같은 외모에 살짝 그을린 피부, 그리고 190 cm가 넘는 훤칠한 키는 사실 데이트 중에서도 계속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뭐랄까 '가제트 형사' 같은 목소리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대화로 인해 사실 '아, 이 데이트는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뭔가 통하는 부분은 없고 나도 긴장하고 있던 터라 그에게 리드를 맡겨 버린 상황에서 대화는 도저히 재미나게 흘러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태양열 패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관심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느니.. 뭔가 날 세일즈의 일환으로 보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얜.. 뭐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또한 대화를 이어가는 데 있어 'Que más?(또, 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있어?)'란 질문을 데이트 도중 10번은 들은 것 같아서 내 룸메와 나는 그를 'Que más 남' 혹은 'arbol(나무)남'이라고 부르며 이 데이트를 길이길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한 건 이 '망한' 데이트가 그와의 마지막 인연이 아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