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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및 이성 이야기

[나의 틴더 스토리] 다크한 남자, 곤살로 (feat. 외국인 만남, 데이트, 멕시코 생활)

Gonzalo

나의 틴더 라이프를 뒤돌아 보면 '곤살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아부엘로와의 만남이 싫어질 때쯤, 다섯 번째 틴더남 '곤살로'와 매칭이 되었고 그의 프로필의 느낌은 'Party + Easygoing + 영화광'의 느낌이었다. 다른 틴터남들과 다른 '다크한 섹시함'을 가진 남자였다. 너무 진지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부엘로 남에게 너무 부담감을 느낀 것인지,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친구같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여기에 곤살로가 딱이었다.

First date on a movie night

그리고 우리는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의 집에서 영화를 함께 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사실 문자만 주고 받다가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영화를, 그것도 남자 집에서 보는 건 정말 정신 나간 생각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엔 뭐가 씌었는지 (바보가 씌었나..) 살짝 두려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의 집에 우버를 타고 갔다.

 

+) 그래도 무서운 마음은 있었는지 같이 사는 룸메에게 내가 특정 시간까지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위험에 빠진 걸로 알고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말을 남겨놨다. (그럴 거면 왜 간 거지?) 여하튼 곤살로는 내가 찰나에 생각했던 그런 나쁜 놈은 아니고 다른 식의 나쁜 놈이었다. ㅎㅎ (이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 하기로..)

 

도착한 곳은 내가 산 도시의 부자 동네, '산 페드로'의 한 집이었고. 그는 형 1명, 남동생 1명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멕시코도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인 독립이 꽤나 늦은 편이다) 나이는 나보다 1~2살 위였고, 그는 파티를 즐기고, 와인을 즐기며, 다크한 유머로 가득 찬 영화를 좋아하는 아주 프리한 영혼의 산업 디자이너였다.

A Guy from San Pedro

보통 산 페드로 사람들은 백인인 경우가 많은데, 유럽 사람 혹은 미국 사람들의 순수 계통을 강하게 지키려고 한다. (멕시코 내에서의 인종차별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볼 수 있다) 이 부자동네에 속해있는 곤살로의 집안사람들도 모두 백인이었고, 이 집은 스페인 혈통의 집안이라 스페인 사람들처럼 생겼다. 특히, 곤살로가 그렇게 생겼다.

 

외모적으론 완전 내 취향이었는데, '잘생긴 외모 + 살짝 곱슬거리는 흑발 + 심플하면서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 + 영화적 감각 + 유창한 영어 + 시니컬한 유머' 등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보자마자 '아! 너무 멋있어!'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꽤나 매력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남자였다.

Y TU MAMÁ TAMBIÉN (너네 엄마도)

그렇게 우리는 저녁에 만나서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봤고, 요상한(?) 느낌의 'Y TU MAMÁ TAMBIÉN'이란 멕시코 영화를 봤다. 그는 이 영화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했는데,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즐기는 나에게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좀 충격적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재밌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신한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 영화의 제목을 이해하려면 영화를 정주행하고 난 후에 알 수 있다.)

 

Passed a test

그리고 별로 거부감 없이 영화를 함께 보던 나에게 그는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나중에 그가 나에게 말해줬는데, 나름 자기만의 '테스트'였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함께 좋아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라고.. 짜식 귀엽네 ㅎㅎ) 그리고 나에겐 다른 틴더남들과는 다르게 살짝 취해있는 나에게 별다른 수작 없이 집에 보내주는 모습에 '괜찮은 놈이군'이란 생각을 하게 했다. (괜찮은 놈이었는데... 휴우..)

 

그렇게 우리는 매운듯하지만 맵지 않았던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쳤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그와의 만남은 짜릿하면서도 쿨했고, 모험을 하는 느낌이었기에 더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